1. KRW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배경과 ‘김치 프리미엄’ 현상
국내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가 바로 ‘김치 프리미엄’이에요.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한국 거래소에서는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말하죠. 예를 들어 2021년 4월, 글로벌 거래소 가격이 7만 달러일 때 국내에선 7만 7천 달러에 거래되며 약 10% 프리미엄이 붙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괴리는 해외와 국내 간 자금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원화와 외화 환전 규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때 등장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KRW 페깅 스테이블코인이에요. 원화와 1:1로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을 만들면, 굳이 외화를 거치지 않고도 해외 거래소와 자금 이동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거죠. 최근 네이버페이와 업비트가 협업해 결제·거래 연동을 시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실생활 결제와 글로벌 거래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해외 거래와의 가격차만 줄이는 게 아니라 국내 디지털 결제 생태계 자체를 넓히는 효과도 기대돼요.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김치 프리미엄’ 해소를 넘어서 한국 금융·결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2. 정책·규제 리스크: 금융당국, 기업, 투자자 시각 차이
하지만 기대만큼이나 정책·규제 리스크도 큽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전자화폐’나 ‘가상자산’ 중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만약 은행 발행 구조를 강제한다면, 네이버페이나 업비트 같은 민간 주도의 혁신이 위축될 수 있죠. 반대로 민간 자율에 맡긴다면 자금세탁·투기성 자본 이동 같은 우려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네이버페이는 결제 시장 점유율을 넓히려는 의도가 강하지만, 동시에 자금세탁방지법(AML) 적용을 어떻게 받을지 불확실성이 크죠. 업비트 같은 거래소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이 꼭 필요하지만, 당국 규제 강화로 국내 고객 기반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시각도 엇갈립니다. 일부는 “김치 프리미엄이 줄어 가격 왜곡이 사라지면 오히려 시장이 건전해진다”는 입장이고, 다른 일부는 “차익 거래 기회가 줄어 투자 메리트가 사라진다”는 반발도 있죠. 즉,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설계에 따라 혁신적 인프라가 될 수도, 투자자 불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3. 산업 구조와 투자 기회: 결제·거래 플랫폼의 전략 변화
산업적으로는 결제와 거래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쇼핑·오프라인 가맹점 결제에 KRW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하려 하고, 업비트는 글로벌 거래소와의 직거래 허브로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하려 하죠. 이렇게 되면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디지털 원화 금융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눈여겨볼 포인트가 있어요.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군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결제 플랫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관련 기업
-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카카오의 ‘그라운드X’, 라인 블록체인 등
투자 전략에서는 단기적 ‘김치 프리미엄’ 해소 효과보다는, 글로벌 결제·송금 시장에서 원화 기반 자산이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다만, 정책 불확실성, 환율 리스크, 국제 규제 협의 지연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 요인입니다.
결국 KRW 스테이블코인은 ‘김치 프리미엄’ 해소라는 단기적 이슈를 넘어, 한국 금융·결제 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실험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에서도 일본의 ‘JPY 스테이블코인’, 유럽의 ‘유로 스테이블코인’이 추진되는 만큼, 한국 역시 한국은행 CBDC 정책과 병행해 글로벌 흐름 속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