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투자 이야기에서 ‘ESG’라는 말, 거의 들어보신 적 없으시죠?
그런데 한때는 시장을 이끌던 키워드였다는 사실, 기억나시나요?
1. ESG 광풍은 어디서 왔고, 지금은 왜 조용해졌을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테마 중 하나가 ESG였어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를 고려한 투자 방식이 수익률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ESG 펀드 설정에 뛰어들었죠.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이 위험을 잘 관리하고, 장기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가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블랙록(BlackRock)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매년 투자자 서한에서 ESG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기후 리스크는 곧 투자 리스크’라고 못 박았어요. 이 흐름은 곧바로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본시장에 영향을 줬고, ESG 관련 ETF, 인덱스, 리서치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한국에서도 정부 주도 아래 ‘K-ESG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금융감독원은 상장사에 지속가능보고서 공시를 장려하며 정책적으로 힘을 실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확대’를 선언했고, 실제로 2022년 말 기준 ESG 투자자산이 전체 운용자산의 약 10.5%를 차지했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을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물가,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며 투자자들의 우선순위가 바뀐 거예요. 일단 ‘수익이 나야 ESG도 지키지’라는 현실론이 퍼졌고, ESG를 지나치게 강조하던 미국 투자기관들도 정치적 반발에 직면하게 됐어요. 대표적으로 2023년 말, 미국 일부 주에서는 ESG를 고려한 연기금 운용을 금지하기도 했죠.
물론 이건 일시적 ‘정책 피로감’일 수도 있어요. 다만 분명한 건, ESG가 더 이상 ‘반짝 트렌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지금은 오히려 '본질이 뭐였는지' 되돌아볼 시점이에요.
2. ESG가 기업 경영과 산업 구조에 미치는 장기적 파장은?
ESG가 유행처럼 불다가 사라졌다고요? 겉으로 보이기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ESG가 더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해요. 이제 ESG는 ‘투자자 눈치 보느라 하는 활동’이 아니라, 수출 규제, 공급망 리스크, 글로벌 조달 자격과 연결되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으로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을 보세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탄소 집약 산업에 대해 수출국이 탄소 감축을 하지 않으면 수입세를 부과하는 제도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해 국내 철강업체의 평균 수출단가가 8~12%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돼요. ESG를 못 하면 수출 자체가 막히는 구조가 되어가는 거예요.
국내 기업도 ESG 평가 대응을 강화하고 있어요. 특히 2024년부터 금융감독원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0여 곳에 ESG 공시 파일럿을 시행하면서, 환경 데이터, 인권정책, 여성 임원 비율 등 정량정보 수집이 필수가 되고 있죠. 이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 고도화, 회계적 신뢰 확보, 외부 감리까지 수반되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이 안 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어요.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산업은 ESG에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현대차는 글로벌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1차 협력사까지 친환경 인증을 요구하고 있고, 삼성SDI는 2030년까지 모든 공장을 탄소중립화하겠다고 선언했죠. 여기에 ESG 회계정보 관리 솔루션 등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IT 기업들까지 부각되는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형성되고 있어요.
중요한 건 ‘단기 비용’이 아닌 ‘장기 생존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에요. 한국산업연구원은 2025년까지 ESG 미대응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저하가 GDP의 0.7% 수준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추산했어요. 반대로 선제적으로 ESG를 내재화한 기업은 조달 비용 절감, 기관 투자 유치,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 실질적인 보상을 받고 있죠.
3. ESG 테마, 어떻게 투자로 연결할 수 있을까?
일단 확실히 짚고 갈 건 있어요. 이제는 단순한 ESG ETF 투자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2022년 이후 글로벌 ESG ETF 수익률은 전통 인덱스보다 평균 5~8% 낮은 흐름을 보였죠. 원인은 분명해요. 지배구조나 사회적 가치는 수익으로 바로 연결되기 어렵고, 친환경 기술은 아직 많은 투자가 필요한 단계라 실적 압박이 크거든요.
그렇다고 ESG를 무시하면 안 돼요. ‘좋은 ESG 기업’이 아니라, ‘ESG를 계기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이 중요해요. 예컨대, 탄소배출이 높았던 철강사가 친환경 전기로를 도입해 실질적으로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해외 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 되면 이는 투자자로서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 되죠.
ESG 투자 전략, 이렇게 접근해 보세요.
- 1. 실적 기반 ESG 수혜주 분석: 최근 3년간 ESG 점수 변화와 영업이익률 동반 개선 기업을 추적
- 2. 산업별 진입장벽 고려: 인증·공시 대응 비용이 높은 산업은 선도 기업 중심으로 선별 투자
- 3. 글로벌 규제와 연결된 섹터 집중: 유럽 CBAM, 미국 IRA 등 제도와 연결된 자동차·배터리·소재 주목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한국금융투자협회 오픈정보망을 통해 ESG ETF 구성 종목과 ESG 평가 기준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좋아요. ETF 편입비율이 높아지는 종목은 기관의 매수세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참고 가치가 크거든요.
결론적으로 ESG는 잠시 주춤했지만, 앞으로 규제와 실적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다시 투자 키워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요. ESG를 주제로 한 투자 접근은, ‘착한 기업’에 대한 감성보다 ‘전략적으로 진화한 기업’에 대한 관찰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