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갑을 닫는 사람들,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 유통·외식·서비스업에 밀어닥친 침체의 그림자
- 내수 주도 투자 전략, 여전히 가능할까?
1. 지갑을 닫는 사람들,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2025년 여름, 소비자들은 유난히 조용해졌습니다. 쇼핑몰은 주말에도 붐비지 않고, 커피 전문점은 테이크아웃이 늘고, 백화점은 매출 하향세에 고전 중이에요. "이제는 진짜로 돈 쓰기가 두렵다"는 말이 일상적인 회화 속에 등장할 정도로, 소비 심리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입니다.
통계청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025년 6월 현재생활형편지수는 88.6, 향후생활형편전망지수는 91.2로 모두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고 있어요. 이 지표가 5개월 연속 하락한 건 코로나19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30~40대 소비자군의 심리 위축이 뚜렷한데, 이는 자녀 교육비, 대출 상환 부담, 집값 하락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에요.
눈에 띄는 변화는 ‘지출의 순서’입니다. 이전까지는 식비 → 외식비 → 문화비 순으로 소비를 줄였지만, 최근에는 외식과 문화비는 물론 필수소비재 구매에서도 절제가 뚜렷해졌어요. 예를 들어, 마트에서 1+1 행사만 고르고, 신선식품은 자주 사지 않고 냉동 대체하는 소비 패턴이 보편화됐어요.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이 단순히 '소득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소득은 유지되더라도 ‘심리적 위축’이 지출 억제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가계부채 보고서에서도, 중위소득 이상 계층의 소비성향이 2024년 대비 7%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만큼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지출 자체를 ‘리스크’로 인식하게 만든 거죠.
해외 사례도 비슷합니다. 미국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크레딧카드 사용량이 2024년 하반기보다 11.7% 감소했고, 유럽은 에너지 비용 부담 속에 외식비 지출이 급감했죠. 일본은 소비세 인상 여파로 다시 절약지향 소비가 부활했어요. 이처럼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 해도, 소비자들의 내면은 여전히 ‘위기 모드’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2. 유통·외식·서비스업에 밀어닥친 침체의 그림자
소비 심리 변화는 가장 민감한 산업군인 유통·외식·서비스업에 곧장 반영되고 있어요. 특히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는 '내수 리스크'가 수치로 드러났습니다. 유통기업 A사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고, 외식 프랜차이즈 B사는 12개 가맹점이 문을 닫았어요. 구조적인 수요 둔화가 현실화된 겁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장보는 사람은 줄었고, 장바구니는 가벼워졌다’는 공통된 보고를 내놓고 있어요. 동시에 대형마트의 객단가는 2년 전보다 18% 감소했는데, 소비자가 장을 보되 ‘선택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짙어진 결과죠. 신선식품보다 가공식품, 브랜드 제품보다 PB(자체 브랜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외식업은 상황이 더 심각해요. 전국 프랜차이즈 음식점 수는 2025년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6.3% 줄었고, 특히 고가 메뉴 중심 매장(한우, 일식, 코스요리) 폐점 비중이 높습니다. 자영업자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통계청 '소비 서비스업 경기실사지수'도 78.2로 기준선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에요.
서비스업 전반도 위축되고 있어요. 헬스장, 뷰티숍, 공연장, 영화관 등 ‘심리 여유가 있어야 소비하는’ 업종은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섰고,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변신이 요구되고 있어요. 예컨대, 비대면 네일샵, 온라인 PT 전환 등 유연한 모델을 시도한 업장은 위기 속에서도 생존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결국 소비자의 인내가 산업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출이 멈춘 게 아니라 '지출의 방향'이 달라진 것이고, 과거 방식의 사업 구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이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지출의 이유’를 만들어주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3. 내수 주도 투자 전략, 여전히 가능할까?
많은 투자자들이 묻습니다. "이렇게 소비가 위축된 시대에도 내수 관련 종목에 투자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테마성 단타는 위험하지만, 구조 변화에 베팅한다면 기회는 존재한다’예요. 특히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는 회복력 있는 기업 선별이 중요해졌습니다.
첫째, 디지털 기반 생활소비 플랫폼. 쿠팡, 마켓컬리 등은 이미 생필품 중심으로 재편했고, 롯데ON과 이마트몰도 자사 PB 식품 위주로 가격을 낮춘 전략을 채택하고 있어요. 이런 기업은 불황 속에서도 매출 탄력성을 유지하며, 단기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 비용 절감형 브랜드. 샤넬이 아니라 무신사, 고급 백화점이 아니라 중저가 편집샵 중심의 지출로 전환되고 있어요. 이에 맞춰 유통 구조를 바꾸고 마케팅 효율화를 꾀한 기업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리합니다. 예컨대, 지에스리테일, 이랜드리테일 등은 기존 점포 구조를 축소하며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셋째, 관련 ETF 전략입니다. 내수 관련 ETF로는 KODEX 소비재, TIGER 생활필수소비, KINDEX 외식프랜차이즈 등이 있어요. 다만 이들 ETF는 시장 전반 침체로 인해 2025년 상반기 기준 수익률이 -3%~+2%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단기 수익보다는 포트 구성용 보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체크리스트
- 생활비 지출 흐름을 선도하는 업종(생필품·저가패션·PB식품 등)에 주목
- 외식/서비스업 중 비대면, 구독형 모델로 전환한 기업은 회복 가능성 있음
- ETF 투자 시 단기 수익률보다 섹터별 자금 유입 추세를 체크
- 실적 시즌 이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피하고, 전환성 있는 기업 중심 선별
- 중장기 기준으로 고정비 축소/디지털 전환 전략 보유 기업에 무게 실을 것
결국 소비는 멈춘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를 읽는 능력이야말로 지금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