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빌릴 생각은 없는데, 급하게 200~300만 원만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말,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이제 대출도 ‘작게 자주’가 유행이에요.
1. 왜 사람들은 500만 원 이하만 빌릴까?
소액 신용대출, 즉 ‘토막 대출’이 확산되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에요. 물가 상승, 고금리, 가계부채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람들의 소비·대출 습관이 완전히 바뀌었죠. 예전에는 결혼자금, 전세보증금, 사업자금처럼 몇 천만 원 단위의 ‘목돈 필요’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병원비·등록금·월세 보전·생활비 보충 같은 단기 목적형 대출이 주를 이뤄요.
예를 들어 직장 2년 차 박 씨는 이번 달 카드값을 맞추기 위해 토스뱅크에서 200만 원 대출을 받았어요. 예전 같으면 리볼빙을 썼겠지만, 금리보다 신용 점수를 더 중요시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스스로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빌리는 경향이 강해졌죠. 신용점수에 영향 적고, 상환 부담도 적은 금액이 선택 기준이 된 거예요.
또한, 대출 심사의 속도와 문턱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줘요. 예전에는 직장인이라 해도 1~2일 걸려야 신용대출 승인이 났지만, 이제는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앱에서 30초 만에 한도 조회, 1분 내 승인이 가능하죠. 그러니 ‘필요할 때 바로 쓰고 갚자’는 인식이 퍼지는 거예요.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상품도 평균 대출 금액이 400만 원대였고, 전체 신청자 중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였다고 발표했어요.
2. 금융사와 시장 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소액 대출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금융사 수익 구조도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과거엔 1억 원 대출 하나로 수수료와 이자를 충분히 남겼지만, 이젠 적은 금액을 다수의 고객에게 분산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로 바뀌었죠. 그 과정에서 AI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CSS)이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어요.
전통 은행들은 대출 심사 시 근로소득과 신용등급 중심으로 평가했지만, 요즘은 플랫폼 기반 행동 데이터를 쓰죠. 카카오뱅크는 체크카드 사용 내역, 통신 요금 납부이력, 앱 접속 빈도까지 반영하고, 핀다, 뱅크샐러드, 레일라 같은 마이데이터 기반 스타트업들은 사용자의 소비 패턴까지 분석해 초개인화된 한도를 제공해요. 이는 곧 금융 포용성과 연결돼, 사회 초년생·프리랜서·자영업자 등 비정형 소득층에게도 기회를 확대해 주죠.
금융위원회는 2024년부터 CSS 기반 대출을 허용하고, 비금융정보 신용평가 활성화 가이드라인을 도입했어요. 이에 따라 신용카드 실적이 없거나 기존 금융 이력이 없는 ‘Thin File’ 고객들도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2024년 신규 CSS 대출 고객의 61%가 20~30대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가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에요. 대출 심사 속도가 빠르고 금액이 적다 보니 과다한 대출 중복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 소비자는 ‘생활비 대출’이 일상화되는 경향도 보여요.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소액 신용대출이 중장기적으로는 다중채무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별 리스크 점검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죠.
3. 소비자와 투자자는 이 흐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액 신용대출은 단순히 ‘돈을 빌리는 행위’가 아니에요. 이제는 신용 점수를 관리하고, 금융 기록을 만드는 수단이에요. 100만 원이라도 제때 갚으면 신용평가에 좋은 영향을 주고, 꾸준한 상환 기록이 있으면 자동차 할부, 전세자금, 향후 모기지 대출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쓰면 안 되겠죠. 특히 앱에서 몇 번 클릭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지출 통제력 약한 사람일수록 유혹에 쉽게 노출돼요. ‘이번 달 카드값만 메꾸고 다음 달 갚자’는 패턴이 반복되면, 어느새 대출 3~4건이 겹쳐 있고, 이자 부담이 커져요. 특히 소액일수록 이자가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간 상환 부담까지 계산해 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구조적 변화가 흥미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어요. 토스뱅크, 카카오페이증권, 핀다 등은 이미 자체 CSS 기술을 통해 핀테크 기반 소액 금융 서비스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섰고, 글로벌로 보면 브라질의 '누뱅크', 미국의 '업스타트' 같은 AI 기반 마이크로 대출 스타트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어요.
- 소비자: ① 필요할 때만, ② 명확한 용도 설정, ③ 이자·상환 기간 사전 계산
- 투자자: ① CSS기반 핀테크 기업 탐색, ② 비금융 데이터 활용 흐름 주목, ③ 고금리 시대의 소액 금융 모델 수익성 분석
앞으로 대출은 단순히 ‘얼마 빌릴 수 있나’가 아니라 ‘어떻게 나를 증명할 수 있나’의 문제로 바뀌고 있어요. 토막 대출의 확대는 단순한 소비자 수요 대응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리스크 관리 철학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일지 몰라요. 그리고 그 흐름은 우리의 지갑뿐 아니라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