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값은 아까우면서도 수입차는 계약합니다. 요즘 소비,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1. ‘작은 사치’는 줄이고 ‘큰 만족’엔 과감한 지출, 왜 이런 현상이?
“치킨 한 마리는 망설이는데, 수입차 계약은 끊이지 않아요.” 최근 유통업계와 자동차 업계에서 동시에 나온 말입니다. 정말 그럴까 싶지만 데이터를 보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에요. 2025년 상반기 기준,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은 6.8% 감소했어요. 같은 시기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은 2.5% 늘어난 반면, 중저가 외식 브랜드는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가격이 아닌 ‘지출의 기준’이 달라진 결과입니다. 이전까지는 “비싸도 자주 사는 것”이 낭비의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작은 소비도 다 계산해서 절약하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큰 소비는 과감하게”라는 정서가 확산됐죠. 이를 학계에서는 합리적 사치(Hedonic Saving)라고 부르기도 해요. 예를 들어,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점심값은 6천 원 이하로 맞추고, 저녁 약속도 줄였다고 해요. 하지만 7,000만 원대 수입 SUV는 계약했죠. 이유를 물어보니 “작은 지출은 줄일 수 있지만, 차는 10년에 한 번 바꾸니까 후회 없이 사는 게 낫다”고 답했어요. 이처럼 경험 중심 소비, 미래 효용 극대화가 현재 소비자 심리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거죠.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됩니다. CNBC 보도(2025.6.24)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은 고급 여행, 명품 구매에는 지출을 늘렸지만, 생필품 구매에서는 철저하게 할인쿠폰과 멤버십을 활용한다고 해요. 중산층이 ‘가난하게 살면서도 부유하게 보이는’ 소비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런 흐름의 밑바탕엔 구조적인 요인이 있어요. ① 고물가의 장기화, ② 이자 부담 증가, ③ 경기 불확실성 속의 피로감. 결국 다들 지출을 줄이긴 하는데, 삶의 질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는 심리가 커지면서, ‘절약과 사치’가 공존하는 소비가 나타나는 거죠. 수입차는 더 팔리고, 치킨은 덜 팔리는 현실. 지금 이건 누가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를 보는 눈이 달라진 시대의 증거입니다.
2. 기업과 산업엔 어떤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까?
소비자가 돈 쓰는 방식을 바꾸면, 기업은 물건 파는 방식을 바꿔야 하죠. 요즘 산업 흐름도 이와 맞물려 ‘초저가 vs 초프리미엄’의 양극화된 전략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을 보면, 2022~2024년 사이 급성장했던 중가 치킨 브랜드들의 매장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2025년 상반기 전국 치킨 가맹점 수는 5,122개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어요. 대신, 15,000원 이하 가격을 내세운 ‘스몰 브랜드’나 1인분만 파는 초소형 전문점이 늘었고, 반대로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프리미엄 한식당의 예약률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죠. 유통업계도 재편 중입니다. 이마트는 초저가 PB 브랜드 ‘노브랜드’를 강화했고, 롯데백화점은 루이비통 단독 매장을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장했어요. 중간 가격대의 매장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고, 고가 혹은 초저가로 치우치는 ‘K자형 매출 구조’가 분명해졌습니다. 통계청의 ‘소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소득 5분위 상위 20% 가구의 명품 지출은 전년 대비 18.4% 증가했지만, 하위 20% 가구는 외식지출이 12.9% 감소했어요. 단순한 격차를 넘어 ‘소비권’ 자체의 이탈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기업들도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고급 전기 SUV 제네시스 GV90 라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1억 원 이상으로 책정했고, CJ는 고급 밀키트 브랜드 ‘프레시지 프라임’을 따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어요. 한편, 편의점 GS25는 도시락을 2,900원대로 재구성하며 ‘물가 방어형 제품’을 새로 출시했죠. 다만 이런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중산층 소비의 붕괴는 내수 시장 전체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해요. ‘양쪽만 잡는’ 전략은 단기 실적엔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중간 수요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죠. 그래서 지금의 산업 전략은 단기 수익과 구조적 지속성 사이의 줄타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3. 투자자는 어떤 섹터와 지표에 주목해야 할까?
소비의 양극화는 주식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단순히 ‘돈 있는 사람만 산다’는 얘기로 끝나지 않고, 기업 매출 구조와 밸류에이션, 리스크 평가에 직결되는 흐름이기 때문이에요. 우선 수혜 섹터를 보면, 프리미엄 소비재·럭셔리 유통·고급 여행·전기차 프리미엄 모델·콘텐츠 기반 경험 산업이 돋보여요. 대표 종목으로는 현대백화점, 호텔신라, 크래프톤, 오토앤, 인터파크, 하이엔드 게임기업(예: 펄어비스) 등이 있습니다. ‘나를 위한 가치 소비’에 집중하는 브랜드는 외부 경기보다 내부 충성도에 기반해 실적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고 있죠. 반대로 중저가 브랜드 중심, 오프라인 유통 중심 기업, 프랜차이즈 구조가 고정된 외식 기업은 압박을 받을 수 있어요.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가격 경쟁력만으로 생존하던 구조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서 취약하니까요. 투자 전략 체크리스트 3가지:
- 고소득층 대상 매출 비중 —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상위 고객층’일 경우 위기 회복 탄력 높음
- 중간 가격대 제품 매출 추이 — 해당 비중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 가능성 증가
- 재고 회전율과 할인율 추이 —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할인율 증가’는 수요 이탈 신호로 간주
또 하나 주목할 건, 이 흐름이 단기 유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령화는 모두 ‘합리적 플렉스’를 장기 트렌드로 만들 요소들이에요. 따라서 투자자는 단기 테마보다 소비 지출 구조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을 길게 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소비 동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청의 소비자 동향조사, 현대카드의 지출 트렌드, 백화점 3사 실적발표 등을 함께 참고하면 시장 흐름을 더 정교하게 읽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