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여전히 무너질 기미가 없고, 미국의 성장률만 유독 튀는 이유는 뭘까요?
1. 미국 중심의 성장, 예외인가 표준인가
최근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분석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미국의 경제적 예외주의(Economic Exceptionalism)’입니다. 팬데믹 이후 거의 모든 나라가 고물가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었지만, 미국만은 달랐어요. 2023년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5%로, 유로존(0.5%), 일본(1.9%), 한국(1.4%)을 모두 웃돌았죠. 게다가 2024년 상반기 기준 실업률은 4% 이하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은 잡고 성장 동력은 유지하는 이른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예외주의’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인프라 투자법 등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산업 정책들은 단순한 재정 투입을 넘어, 공급망 재편과 고용 창출, 탈중국화 전략까지 연결돼 있어요. 여기에 미 연준(Fed)의 빠르고 단호한 금리 인상과 이후의 유연한 통화 스탠스는 시장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죠. 반면 유럽이나 한국, 일본은 비교적 보수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고수하며 경기 부양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미국은 위기를 오히려 산업 전환의 기회로 삼았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다시 뉴욕으로 향하면서 미국 주식이 전 세계 자금의 블랙홀처럼 작용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어요.
2. 예외주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글로벌 판도
이처럼 미국만 독주하는 형국은 단지 성장률 차이에 그치지 않아요. 산업 구조와 자본 흐름, 기술 패권 구도까지 세계 경제의 전체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IRA 법안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산업에 10년간 최대 3,70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약속했죠. 이는 단지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는 수준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주요 기업들의 전략 자체를 바꾸게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북미 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독일의 폭스바겐조차 IRA 수혜를 위해 미국 내 생산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 중심의 ‘우방국 공급망’ (friend-shoring) 체제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기술 중심의 산업 집중이에요.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보면, AI와 클라우드, 반도체 중심의 ‘슈퍼 7’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등)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죠.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체자산이 아니라 다시 미국 기술주에 몰리는 구조는 분명한 예외입니다. IMF 역시 2024년 4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성장이 세계 경제에서 ‘과도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예요. 하지만 이런 독주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갈등이 격화되고, 유럽과의 통상 마찰이 커지는 등 국제적 긴장 요소도 커지고 있어요. 또한,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달러 초강세가 유지되자, 신흥국 통화 불안과 채무 위기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즉, 한 국가의 번영이 곧 글로벌 균형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죠.
3. 투자자의 시각에서 본 미국 예외주의의 의미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 흐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성장과 기술주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클린에너지 분야는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 장기화될 수 있어,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죠. 예를 들어, 엔비디아, 테슬라, 퀄컴 같은 종목은 정책·기술·시장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뒷받침되는 대표 주자들이에요. 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분명합니다. 미국 중심의 성장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선 상대적 박탈감과 자금 이탈을 의미하기도 해요. 한국이나 유럽의 기술주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원자재 수입국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요. 특히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성과 세금 이슈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글로벌 ETF 중심의 분산 투자가 필요하죠. 지금 투자자가 고려할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아요:
- 미국 IRA·CHIPS 법안의 수혜 산업 여부 확인
-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주요 생산기지를 확보한 기업 탐색
- AI, 반도체 등 초과 수익 기대 섹터와 밸류에이션 리스크 병행 고려
결국 ‘예외주의’라는 말은 상대적 비교에서 나오는 표현일 뿐, 지금의 미국 경제는 새로운 질서를 이끄는 ‘표준이 된 예외’라고도 볼 수 있어요. 투자자는 이 흐름의 내부에 있는 핵심 산업과 정책의 방향성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단순히 달러가 강하니까 미국 주식을 사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이제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백악관 공식 발표 자료를 참고하면, 향후 5년간 미국의 정책 방향이 인프라-청정에너지-AI로 이어지는 점도 확인할 수 있어요. 결국 투자자는 그 흐름에 올라탈지, 회피할지 아닌지 판단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