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연금개혁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일할 사람은 줄고, 연금 받을 사람은 늘어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데요. 이 말은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기대수명은 길어지다 보니 인구 구조가 급속히 바뀌고 있어요. 청년층은 줄고 고령층은 늘어나고 있죠. 이 흐름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국민연금은 지금 일하는 세대가 보험료를 내고, 그 재원으로 은퇴한 세대가 연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를 '부과식 제도'라고 부르는데요. 이 방식은 인구가 많고 젊은 세대가 충분할 때는 잘 작동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출산율이 낮고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 문제가 생깁니다.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많아지기 때문이죠. 결국 현재의 구조로는 연금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개혁 방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법,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법,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도 쉽게 결정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개혁의 대상이 바로 현재 살아가는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보험료를 더 내자고 하면 청년층은 부담을 느끼고, 연금 받는 시점을 늦추자 하면 은퇴세대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개혁은 단순히 재정을 맞추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도 표를 의식해 개혁을 미루는 일이 반복되곤 했죠. '어느 세대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결정을 계속 미루다 보니, 문제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일입니다. 고통이 분산되더라도 연금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정 세대만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참여해야 가능한 개혁이죠.

연금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미래 세대는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모든 개혁은 어렵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스웨덴은 연금 개혁의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1990년대 초반,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을 단행했죠. 연금 수령액을 경제 성장률이나 기대수명과 연동시키는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일본도 고령화 문제로 연금 개혁을 반복해왔습니다. 연금 개시 연령을 점진적으로 늦추고, 수급액을 점진적으로 줄이되, 일정 소득 이하 계층은 별도 지원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했죠.

이처럼 다양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습니다. 중요한 건 '미리' 준비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용기였습니다.

연금은 단순한 숫자나 제도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의 노후, 그리고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20년 뒤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보는 것이 바로 개혁의 출발점입니다.

경제는 어렵지 않아요. 작은 지식이 큰 흐름을 이해하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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